플로티누스는 로마제국의 식민지였던 북아프리카, 리코폴리스에서 태어났다. 그는 학문을 공부하기엔 비교적 늦은 나이인 스물여덟에 철학에 입문한 만학도였다. 그와 플라톤 사이엔 500~600년의 시차가 존재하는데, 스승인 암모니우스 삭카스에게 플라톤을 배우다 곧 플라톤의 사상에 매료되었고, 본격적으로 플라톤을 공부했다. 플로티누스는 플라톤을 사랑했지만 그의 사상을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데서 그치진 않았다. 플라톤의 사상을 받아들이고 거기에 자신의 사상을 덧대어 발전시켜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그런 그를 사람들은 '신플라톤주의의 창시자'라고 평했고, 갈리에누스 황제의 신임을 받아 로마 제국의 영향력 있는 사상가로 활동했다.
플로티누스의 사상은 일자이론으로 정리된다. 일자이론은 플라톤의 이데아론에 유래한다. 플라톤은 세계를 이데아의 세계와 현실 세계 둘로 보았는데, 이것이 이데아론이다. 플라톤은 이데아의 세계를 완전한 세계, 이성의 눈으로만 보이는 가지계, 시공을 초월한 세계, 진짜 세계, 원본 세계 등으로 정의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는 불완전한한 세계, 눈에 보이는 가시계, 시공 속의 세계, 가짜 세계, 복사 세계로 구분하였다. 플라톤은 이렇게 세상은 이데아와 현실세계로 완전히 구분되어 있으며 이쪽 세계에서 저쪽 세계로의 이동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현실에서 우리가 보고 있는 현상과 사물은 이데아의 일부를 가진 반영으로 설명한다. 이것을 분유설이라 한다. 그런데 플라톤은 왜 세계가 이데아와 현실로 나누어져 있는지는 설명하지 못하는데, 이것은 이데아론의 한계이기도 하다. 개인적인 의구심도 있다. 만약 이데아와 현실 세계 간의 이동이 불가능하다면 복사물일지라도 처음부터 현실 세계는 존재할 수 없는 게 아닐까.
플로티누스는 플라톤의 이데아론을 받아들이면서도 세상이 그렇게 단순하게 나누어져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플로티누스는 이데아론에 의해 둘로 나뉜 세상을 다시 둘로 나눠 4등분했다. 플라톤의 이데아에 해당하는 일자 세계(The one)와 정신(Nous)의 세계, 그리고 영혼(Psyche)의 세계와 물질(Matter)의 세계가 그것이다. 일자는 절대적이고 초월적인, 존재와 비존재를 넘어선, 불완전한 인간은 인지 이해 설명이 불가능한 완전한 존재를 의미한다. 정신은 일자에서 흘러넘친 물질과 섞이지 않은 우주에 가득한 정신을, 영혼은 사물을 살아 있게 하는 개별적인 정신의 복사물을, 물질은 인간의 육체를 포함한 세상의 모든 물질을 의미한다. 플로티누스는 이렇게 세계를 네 단계로 나누고, 그렇게 나누어진 이유를 충만한 일자가 흘러넘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왜 불완전한 현실 세계가 존재하는지 설명하지 못한 플라톤의 이데아론의 한계를 극복했다. 또한 플라톤은 세계 간 이동이 불가능하다고 한 반면에 플로티누스는 가능하다고 했다. 일자를 완전한 선, 물질을 불완전한 악으로 설정하고. 인간에겐 자유의지가 있어 물질과 영혼 사이에 있는데 위의 단계로 올라갈 수도 내려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개인적인 의구심까지 해결해준 셈이다.
플라톤과 플로티누스의 철학은 너무도 간단히 신학으로 넘어갈 수 있다. 플라톤의 이데아와 플로티누스의 일자를 신으로만 바꾸면 신학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우구스티누스는 플로티누스의 사상을 이어받아 기독교 사상으로 발전시켰다. 이렇듯 플로티누스의 철학은 고대 그리스 사상이 중세 기독교 사상으로 넘어가는 다리 역할을 했으며, 그의 사상에 대한 평가 또한 "신플라톤주의는 고대 그리스 사상과 동방의 신비주의 사상을 종합하여 이를 기독교 사상으로 전달해 준 철학"이다. 그러나 무신론자의 입장에선 플라톤과 플로티누스의 사상은 어디까지나 가설일 뿐이다. 그들의 주장대로 현실 세계에서 이데아의 세계로 넘어갈 수 없고, 불완전한 인간은 일자를 인지조차 못한다면 인간인 플라톤과 플로티누스 또한 이데아와 일자의 존재를 인지할 수 없고, 그러므로 증명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라톤과 이데아는 이 세계가 아닌 저 세계를, 이상의 세계와 완전한 존재를, 물질의 세계보다는 정신과 영혼의 세계를 꿈꾸었다. 그럴 수 있었던 건 아마도 누구보다 현실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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