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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창고

[철학자습] 경험주의자 존 로크

존 로크 / 출처 : 위키백과

과학혁명의 시기를 살았던 두 철학자가 있다. 데카르트와 존 로크. 두 사람이 가졌던 공통의 관심사는 "지식은 어떻게 생겨나는가", "지식의 원천은 무엇인가"하는 문제였다. 중세 종교 중심의 세계에서 이성과 과학 중심의 세계로 변화하던 이 시기에 지식과 정보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당대의 지식인이었던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지식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데카르트와 로크는 같은 문제의식을 가졌지만 다른 대답을 내놓았다. 데카르트는 지식의 원천을 이성으로 보았다. 반면 로크는 경험을 지식의 원천으로 여겼다. 그 또한 철학자이자 수학과 과학에도 정통했던 데카르트처럼 실험과 관찰을 통해 이론을 정립하는 과학적 방법론을 신봉했지만, 지식의 원천이 인간의 이성이라는 데카르트의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두 사람에게서 각각 근대적 합리론과 경험론이 시작된다.

 

 

로크는 1632년(스피노자와 같은 해)에 영국에 태어나 옥스퍼드 대학에서 데카르트 철학을 접했다. 그러나 데카르트의 생득관념, 혹은 본유관념에 대해서는 맹렬히 비판했다. 본유관념이란 인간은 수학·기하학적 원리와 도덕적 원리, 그리고 신과 주체, 실체의 관념들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데카르트의 주장이다. 이러한 본유관념의 뿌리는 소크라테스의 산파술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소크라테스는 인간은 이미 모든 지식을 알고 있다고 여겼다. 다만 사람들은 그들이 알고 있는 지식을 잠시 잊고 있을 뿐이며, 자신은 그들이 잊은 것을 다시 떠올릴 수 있도록 거들 뿐이라 했다. 그래서 산파술을 상기술이라고도 한다. 데카르트의 본유관념은 이렇듯 사람은 필요한 '앎'을 다 알고 있다는 소크라테스의 인식에 닿아 있는 것이다.

 

로크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인간은 백지 상태, 즉 "타불라 라사(Tabula Rasa)"로 태어나 후천적 '경험'을 통해 관념이 생기고 지식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간의 마음은 본래 백지와 같은 것으로 어떤 생득관념도 갖고 있지 않다. 인간에게 지식과 추리의 재료인 관념을 주는 것은 경험뿐이다. 경험은 감각과 반성으로 나뉜다. 우리는 감각을 통해 달다, 짜다, 희다, 둥글다 등의 관념을 가지며 반성에 의해 사유와 의지 그리고 상기 등의 관념을 가진다. 각각의 관념들은 단순관념으로 존재하며 이들이 섞여 복합관념이 생겨난다. 이성론(데카르트의 합리론)에서 말하는 실체도 복합관념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로크는 인간이 후천적 개념 원리 관념을 터득하는 메카니즘을 구체적으로 연구했다. 그 결과물이 <인간 오성론>이라는 저작이다. 로크는 단순관념을 세 가지로 분류했다. 

단순관념
감각 반성 감각 + 반성
색, 소리, 냄새, 맛, 촉각, 연장, 모양, 운동 사고, 의욕, 기억, 구별, 추리, 판단, 앎, 믿음 기쁨, 쾌락, 고통, 힘, 존재, 통일

로크는 경험에 의해 얻어지는 단순관념을 지식의 원재료로 여기고, 인간은 단순관념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며 그렇기 때문에 마음대로 거부하거나 변경할 수 없고 보았다. 그는 이러한 단순관념은 인간의 생각하는 능력, 즉 '오성'에 의해 결합되어 복합관념으로 발전한다고 주장하며 복합관념을 다시 세 가지로 분류한다.

복합관념
실체 양태 감각 + 반성

스스로 존재하는 개별자

인간, 동물, 식물

실체의 부수물

삼각형, 미터, 시간, 분노, 자유

관계

원인과 결과, 동일성과 다양성,

시간과 공간, 생물학적 관계

복합관념에서 세 종류의 지식이 발생한다.

지식
직관적 지식 논증적 지식 감각적 지식

검은색은 흰색이 아니다

1+1=2

삼각형의 내각은 180도이다.

신은 존재한다.

이 사과는 빨갛다.

이처럼 로크는 데카르트의 본유관념에 맞서 지식의 원천을 후천적 경험에 두었다. 이러한 로크의 인식론을 '경험론'이라 하며 로크를 경험론의 창시자로 평가한다.